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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그 한마디]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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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1-01-18 18:14 조회1,5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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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는 먹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 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중에서


시도 때도 없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나와 여러 모로 같거나 너무 달라 어려운 사람이다. 독서의 기준도 이와 비슷할 듯하다. 읽기가 편하거나 오랫동안 생각하게 하거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는 편하지만 페이지를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난해한 표현이나 현학적인 용어의 열거 탓은 아니다. 하루키와 동거하며 3년간을 유럽에서 함께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만 다녀서는 안되고 그와 함께 느끼고 생활해야 하는 탓이다.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간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문학은 물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 삶의 기록이다. 여행기이기보다는 일상적이고, 일상을 그렸지만 매순간이 펄펄 살아넘친다. 은둔자가 되었다가 방관자가 되고 주체가 되기도 한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자동차의 표정을 만난다. 운전자만큼이나다양한 자동차의 얼굴을 보았다. 주차구역을 먼저 발견한 자동차가 갑작스레 새치기 당했을 때의 낙담을 보여주는 자동차였다.

그리스의 말 많은 이웃을 피하는 방법을 말했고, 태풍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부들과 한나절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광장에 나와있기도 했다. 아내가 씩씩거릴 동안 남편은 해결책을 궁리해야 한다며 툴툴거렸고 나이를 먹는 것은 그다지 두렵지 않은 일이라고도 했다.

하루키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일본을 떠난 게 아니었다. 여행이라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맘먹은 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어디를 옮기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면야 가깝게는 다녀오지 못할까마는 여행중병환자에게는 어림도 없을 터이다.

책을 덮으니 일주일이 지났다. 하루키 덕분에 먼 나라를 다녀올 수 있었다. 하루키와 함께 광장에서 어슬렁거렸고 일본요리와 비교해가며 그리스요리를 하기도 했다. 월세든 이웃을 흉보았고 하루키가 아내를 험담할 때 내 아내를 빗대어 통쾌해했다. 3년은 그렇게 훌쩍 떠나갔다. 무엇인가를 달성한 2010년 일주일이었다.



한상덕(대경대 연극영화방송학 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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