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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이 만난 사람-명창 정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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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0-10-31 14:39 조회1,4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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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몰러 나간다...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판소리를 잘 알지 못한다. 명색이 '딴따라 교수'인데도 전통문화와 관련된 공연은 거의 접하지 못했다. 기껏 대학축제에서 만난 어설픈 사물놀이나 CF, 영화로 본 것들이 전부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뮤지컬과 오페라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우리 창극에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조금은 궁색하고 초라한 무대일 것이라고 지레짐
작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국 뮤지컬은 너무나 멋있습니다~ 한사람이 5시간을 중간에 5분 쉬고 끝까지 해내다니 무섭습니다~"
뉴욕에서 뮤지컬 전문배우로 일하다가 우리 대학에 온 쉴라 하퍼 교수가 지난 6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정순임의 창작 판소리 '유관순 열사歌'를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는 '멋있다''무섭다'고 난리다. 한국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것을 보는 눈은 믿을만한 그녀다.
무대에서와는 달리 평소에는 말을 아끼는 흑인여배우다.
오케바리. 그렇다면 그 주인공을 만나기로 했다. 황톳길 전라도 어딘가에 살겠지만 거리가 대수랴? 하지만 헛다리를 짚고 말았다. 대구근처의 경주란다.
나는 판소리라면 전라도를 떠올렸었다. 영화 '서편제'가 그렇고 춘향이가 살던 곳도 전라도고...지역에서는 판소리공연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경상도 사투리로는 판소리를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흥부가를 아니리(말로 하는 것)로 한다고 하자. '니 다리가 와 뿌러졌노?' 이상하잖아. '니는 와 다리가 봉통아지가 졌노?' 아무래도 어색할 것 같다.
"선산출신 박녹주 선생은 최고의 명창으로 경상도 사투리로 공연했지...월매나 인기가 있었다고..." 경주박물관 근처의 알뜰한 기와집에서 정순임(61)명창을 만났다. 첫 인상이 너무나 좋으시다. 엄마같고 이모같다. 고운 얼굴의 귀티만큼이나 따뜻하고 정겹다. 40년을 홀로 되어 아들하나 잘 되라고 재혼을 마다한 고생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큰 외할아버지(친정어머니의 큰아버지)가 고종황제때 판소리로 참봉벼슬을 하셨어...어머니는 인간문화재였고...이제 조카가 판소리를 이어가지..."목소리가 쉬어있고 콧물을 자주 닦는 모습이 안쓰럽다. 판소리를 하면서 목이 상했기 때문에 감기는 거의 달고 다닌단다. "판소리는 일인 다역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불러야 하는디...소리를 하다보면 코에서 피비
린내가 나요. 목의 실핏줄이 터져서... 두견새가 피를 토하며 먹고사는 것과 같어... 끝나먼 삭신이 쑤시고 애기를 낳는 건 암껏도 아니여..."간간이 섞이는 전라도 사투리가 품위를 더한다. 종갓집 종부의 단아함과 한 뼘 다르지 않다.
"소리는 타고나야제. 판소리는 짙은 땅냄새여. 고향내음이고 부모님 냄새지..."
인터뷰도중 조카 정성용(35)이 들어왔다. 잘 나가는 건설회사를 갑자기 그만두고 올해에 동국대학교 국악과 3학년에 편입한 대학생이다. "조카가 저러는 것도 다 팔자지 뭐...지방마다 다 있는디 경상북도만 엄써...판소리 지방 문화재가 있어야 하는디..."
이럭저럭 점심때가 되었다. 황망히 일어서려는 데 기어코 잡으신다. 아들놈 요기라도 해서 먹이려는 어머니 마음이다. "삯바느질 관대 도복~"대구로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인터뷰 때 들었던 심청가 중중모리가 앵앵거린다. "진짜로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몰라서 그렇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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